‘더 킹 오브 스테이튼 아일랜드(The King of Staten Island, 2020)’는 단순한 코미디도, 전형적인 성장 영화도 아니었어요. 이 작품은 진짜 삶처럼 뒤죽박죽인 감정과, 억지로 넘기기엔 너무 무거운 상실의 서사를 안고 천천히 나아가요. 그리고 무엇보다 이 영화는 배우 피트 데이비슨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졌기에, 더욱 솔직하고 진심이 느껴졌어요.

1. 멈춰버린 삶의 중심
·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20대
주인공 스콧은 어릴 적 소방관 아버지를 잃고, 그 이후 인생의 방향을 잃은 채 살아가고 있어요. 직업도 없고, 미래도 없고, 그저 하루를 흘려보내며 ‘뭔가 하고는 싶은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죠. 저는 이 모습이 너무 현실적이라 불편할 정도였어요. 우리 주변에도 이런 친구, 이런 청년이 너무 많잖아요.
· 엄마와의 공존, 그리고 숨막힘
스콧은 여전히 엄마 집에 얹혀 살고 있고, 그 관계는 사랑과 피로감이 섞인 복잡한 감정이에요. 서로 의지하면서도 서로를 질식시켜요. 그 모습에서 진짜 가족 간의 불편하지만 끊을 수 없는 유대가 느껴졌어요.
· 의도치 않은 계기, 엄마의 연애
엄마가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면서 스콧은 격렬하게 반발해요. 특히 상대가 '소방관'이라는 점이, 잃어버린 아버지에 대한 감정을 다시 자극하죠. “아버지를 잊는 건 아버지를 배신하는 거야” 그런 감정이 스콧 안에 깊게 박혀 있었어요.
2.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나아가는 이야기
· 코미디처럼 시작해도, 결국은 성장의 서사
초반에는 유머와 헛웃음으로 흘러가는 장면이 많지만, 이야기는 점점 스콧이 자신과 대면하는 이야기로 변해가요. 그 과정이 너무 진부하지도 않고, 너무 억지스럽지도 않아서 좋았어요. 실제로 누군가 변화하려는 과정은 이런 식으로 천천히, 어설프게 진행되잖아요.
· 상처는 지우는 것이 아니라 안고 가는 것
스콧은 아버지의 죽음을 애도하지 못한 채, 오랜 시간 그 감정을 피하고 있었어요. 그걸 외면한 채 살아오다가, 이제서야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거죠. 그 과정이 울컥하게 다가왔어요.
· 주변 인물들도 모두 입체적
엄마, 여동생, 친구들, 그리고 엄마의 연인까지. 모든 캐릭터가 단순히 '주인공을 돕기 위한 장치'가 아니에요. 각자 자기 이야기를 갖고 있어서, 더 현실적이고 따뜻하게 다가왔어요.
3. 자전적 이야기의 힘
· 피트 데이비슨의 진심
실제로 피트 데이비슨은 9·11 테러로 아버지를 잃었고, 그 이후 겪은 정신적 고통과 자살 충동, 혼란스러운 청춘기를 이 영화에 녹여냈어요. 그래서인지 대사 하나하나, 표정 하나하나가 너무 진심 같았어요. 관객이 그의 내면을 훔쳐보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요.
· 감독 저드 아패토우의 균형감
코미디의 대가인 저드 아패토우는 이 영화에서 웃음과 진심의 균형을 아주 잘 맞췄어요. 너무 가볍지도, 너무 무겁지도 않게. 정말 삶 그 자체처럼 영화가 흘러가요.
· 일상에서 피어나는 서사
특별한 사건 없이도, 인물의 감정이 변화하고, 삶이 조금씩 바뀌는 이야기를 이렇게 깊게 전달할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연출력이라고 느꼈어요. 잔잔하지만 깊게 파고드는 이야기였어요.
결론: 삶은 한 걸음이라도 나아가야 한다
‘더 킹 오브 스테이튼 아일랜드’는 멈춘 채 살아가던 한 청년이, 다시 천천히 걸음을 떼는 이야기예요. 크게 울리지도 않고, 크게 웃기지도 않지만, 그 모든 장면이 너무 '진짜' 같아서 마음에 오래 남았어요. 우리는 모두 각자의 이유로 멈추고, 각자의 방식으로 다시 시작하죠. 이 영화는 그런 사람들에게 아주 따뜻한 응원을 보내주는 작품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