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원소》는 첫 장면부터 "이건 뭔가 다르다"는 느낌을 줘요. 고전 SF에 대한 경의와 동시에, 철저히 '90년대적 감성'이 배어 있는 시각적 연출과 색감, 의상 디자인이 특히 인상적이죠. 뤽 베송 감독은 미래를 그리면서도 마치 패션쇼를 보는 듯한 연출로 눈을 사로잡아요. 장폴 고티에가 디자인한 의상은 그 자체로도 예술이고요.
무대는 23세기, 인류를 위협하는 절대악의 출현과 그에 맞서 지구를 구하기 위한 ‘다섯 번째 요소’—리루(밀라 요보비치)의 이야기로 진행되는데요. 줄거리는 전형적인 '구원자 서사'지만, 영화가 보여주는 방식은 참 독특하고 재밌어요.

브루스 윌리스와 밀라 요보비치, 그리고 최고의 조연들
코벤 댈러스(브루스 윌리스)는 퇴역 군인에서 택시 기사로 전락한 인물인데, 진짜 '브루스 윌리스스러운' 캐릭터예요. 퉁명스럽고, 냉소적이면서도 어딘가 따뜻한. 그런 그가 리루를 만나고 점점 변화해가는 모습은 전형적이지만, 배우의 매력으로 생동감 있게 느껴졌어요.
리루는 처음엔 ‘외계 생명체’처럼 낯설고 미스터리하지만, 점점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면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죠. 특히 밀라 요보비치가 직접 만든 '신의 언어'로 대사를 하는 부분은 정말 독특했고요. 이 영화는 그녀의 스타성을 각인시키는 작품이기도 해요.
그리고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게리 올드만의 악당 역. 과장된 듯하지만 묘하게 무게감 있는 연기, 그리고 크리스 터커의 광기 어린 방송인 루비 로드 캐릭터까지… 보는 내내 “이런 캐릭터는 대체 어디서 온 거야?”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어요.
이야기의 허술함도, 매력으로 보이게 만드는 힘
사실 줄거리는 허술한 편이에요. 왜 우주에서 절대악이 오고, 왜 오직 다섯 가지 원소만이 이를 막을 수 있는지, 그런 설명은 거의 없어요. 하지만 이 영화는 논리보다 감각으로 가는 길을 택해요.
화려한 비주얼과 독특한 디자인, 미친 듯이 튀는 캐릭터들, 그리고 발랄하면서도 어딘가 슬픈 분위기까지. ‘이해’보다는 ‘경험’으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힘이 있더라고요. 약간은 B급 영화 같지만, 그래서 더 오래 기억에 남는 작품이기도 하고요.
잊을 수 없는 ‘블루 외계인의 오페라’
이 장면을 빼놓을 수 없죠. 블루 외계인 디바가 부르는 아리아는 클래식과 전자음악의 결합으로, 정말 시대를 초월한 명장면이에요. 지금 봐도 그 연출은 정말 '간지폭발'. 그리고 이 장면 이후 이어지는 리루의 전투 장면은 절묘하게 편집돼서 감탄이 절로 나와요. SF 영화 속 가장 인상적인 순간 중 하나로 손꼽을만해요.
총평 – 완성도보다는 매력으로 밀어붙인 컬트 SF
《제5원소》는 지금 기준으로 보면 엉성하고 오글거릴 수 있는 요소도 많지만, 그런 것마저 영화의 개성으로 느껴지는 묘한 마법이 있어요. 뤽 베송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력, 밀라 요보비치의 신비로운 존재감, 그리고 각 캐릭터들의 폭발적인 개성이 어우러져서 하나의 ‘스타일’이 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어요.
SF 영화 중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가장 유쾌한 작품 중 하나로 기억될 영화예요. 개인적으로는 비주얼과 음악, 분위기만으로도 다시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느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