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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콘스탄틴 감상

by 정측사 2025. 4. 7.

영화 콘스탄틴을 처음 봤을 때, ‘오컬트 영화’라는 말만으로는 이 작품을 설명하기엔 너무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악마, 천사, 지옥, 천국, 엑소시즘 같은 소재들이 줄줄이 나오긴 하지만, 정작 마음속에 오래 남는 건 그런 화려한 설정들이 아니라, 존 콘스탄틴이라는 인물의 외로움과 회의감이더라고요.

 

키아누 리브스가 연기한 존 콘스탄틴은 초자연적인 존재를 볼 수 있는 능력 때문에 어릴 때부터 고통받아온 인물이죠. 지옥이 있다는 사실을 너무 일찍 알아버렸고, 자살 시도를 했다는 과거까지 지닌 그가, 다시 살아났다는 이유 하나로 지옥에 갈 운명을 짊어진 채 살아간다는 설정은 정말 묵직했어요.

 

 

콘스탄틴이 하는 일은 주로 악마를 쫓아내는 엑소시즘 같은 거지만, 그 행위는 선을 위한 정의보다는 자신의 죄를 조금이라도 덜어보기 위한 몸부림처럼 느껴져서, 그 모습이 더 인간적이었어요. 거창한 구원의 사명보다도, 어떻게든 살기 위한 처절함, 그게 더 인상적이었죠.

천사도, 악마도, 결국 인간보다 더 복잡하다

이 영화가 흥미로운 건, 전통적인 종교적 선악 개념을 완전히 뒤집는 설정이에요. 천사 가브리엘(틸다 스윈튼)은 ‘선한 존재’지만, 결국 인간의 고통을 ‘계몽’으로 여기는 독선적인 존재로 그려지죠. 반면, 악마 루시퍼(피터 스토메어)는 짧게 등장하지만, 오히려 거짓 없는 냉소적 유머와 존재감으로 강하게 각인돼요.

 

어쩌면 이 영화는 선을 행하는 척하는 자들의 위선과, 악의 본질을 알고 인정하는 자들의 솔직함을 통해 인간의 도덕성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지도 모르겠어요. 특히 가브리엘과 콘스탄틴의 마지막 대결 장면은, 선과 악의 역할이 아닌, 믿음과 자격에 대한 문제로 치환되면서 철학적인 깊이를 더하죠.

시각적 연출과 사운드의 강렬함

콘스탄틴은 2005년작임에도 불구하고 세련된 연출이 돋보이는 영화예요. 지옥을 묘사하는 방식이 특히 인상적인데, 현실의 도시와 비슷하지만 불에 휩싸이고 바람이 몰아치는 기괴한 공간으로 표현돼요. ‘불타는 LA’ 같은 느낌이랄까요.

 

그리고 존 콘스탄틴이 담배를 피우며 내뿜는 연기, 기도 대신 툭툭 던지는 냉소적인 말투, 고요한 순간에 터지는 악마의 등장… 이 모든 것들이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를 완벽히 살려줬어요.

 

사운드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배경음악과 효과음이 지나치지 않으면서도 감정을 딱 붙잡아 주는 느낌이었어요. 특히 죽음과 부활의 경계를 넘나드는 장면에서는 숨이 턱 막히듯 긴장감이 느껴졌어요.

개인적인 감정이입: 왜 나는 이 영화를 좋아하게 되었을까

이 영화가 마음에 들었던 건 단순히 멋지거나 신기한 소재 때문이 아니었어요. 저는 오히려 존 콘스탄틴의 지쳐 있는 모습, 믿음을 잃은 사람의 초점 없는 눈빛에 감정이입을 했던 것 같아요. 누군가를 도우면서도 “이건 내 죄를 덜기 위한 거야”라고 말하는 그가, 너무 슬프게 느껴졌거든요.

 

사람이란 결국 끝까지 구원받고 싶어 하잖아요. 살아 있는 동안 나 자신이 괜찮은 인간이길 바라며 사는 게 결국 우리 모두의 마음 아닐까요? 콘스탄틴이 죽음 직전, 마지막 순간에 스스로를 희생한 장면은, 그 어떤 설교보다도 강력한 울림이 있었어요.

 

그리고 그 보답으로 천사가 그를 천국으로 끌고 가는 순간, 루시퍼가 분노하며 방해하는 장면은... 정말 통쾌하면서도 묘한 감정을 느꼈어요. 그 장면을 몇 번이고 다시 돌려봤답니다.

결론: 콘스탄틴은 인간성에 관한 영화다

이 영화를 처음 볼 땐, 단순한 엑소시즘 스릴러일 줄 알았는데, 보고 나니 마음 한 구석이 싸해졌어요. 《콘스탄틴》은 초자연적 세계관 속에서 인간의 고통, 죄책감, 구원, 선택에 대해 말하는 영화였어요.

 

악마보다 더 무서운 건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인간이고, 천사보다 더 위대한 건 스스로를 희생하며 누군가를 지켜내는 인간의 의지라는 걸 새삼 느꼈어요.

 

재밌게 보면서도 곱씹게 되는 영화, 그런 작품을 찾고 있다면 콘스탄틴은 분명 한 번쯤 꼭 봐야 할 작품이에요. 특히 요즘처럼 마음이 복잡하거나, 세상이 회색빛처럼 느껴지는 시기라면 더욱더요.